top of page

서울 대부분의 원룸은 평수에 따라 조금씩 변주가 있겠지만 그 목적에 맞게 한 건물 전체의 방이 거의 동일하다. 원룸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다수 인구가 살아가는 아파트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 공간을 채우는 사물들의 자율적 배치는 각 공간을 다르게 변화시킨다. 같은 방이지만 가구가 어떻게 놓여있는지, 무슨 물건들이 놓여있는지는 그 공간에 들어와 있는 누군가를 반영한다. 좋아하는 색, 좋아하는 풍, 좋아하는 향. 어찌 보면 그 공간은 나 자신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간과 사물 사이의 관계를 콜라주드로잉 Collage Drawing 에서 보여주고자 했다. 나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대의 미감을 반영하고 있는 패션 혹은 인테리어 잡지 등을 주로 이용한다. 대표적으로 내가 많이 이용하는 이케아의 상품 카탈로그는 인테리어 블로그에서 많이 보던 미니멀한 회색 풍의 디자인 제품들이 수두룩하다. 작품에서 선택된 부분은 그 자체로서의 기능성보다는 면과 선과 색으로 이루어진 조형적 요소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이미지는 작품으로 옮겨가며 기호화되고 조형적 요소의 정보들을 추출해 낼만한 대상이 된다. 결국 콜라주에서부터 시작된 작품 이미지의 실체는 정보이다. 그 정보를 통해 이미지는 지속적으로 복제된다. 가령, 디지털 정보로 옮겨진 이미지는 좌표 값, CMYK값 등의 정보를 지니게 되고 이 정보를 통해 디지털이 아닌 캔버스에 물감으로 재현된다. 하지만 완벽한 복제는 불가하다. 평평하고 매끈한 그림 표면의 질감은 마치 컴퓨터로 제작한 듯 보이지만, 이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매체로의 변환 즉,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왔다 갔다 하는 과정이 있다면 분명 정보의 유실이 발생한다. 하지만 복제나 결과물에 목적을 둔다기보다는 그 과정 속에 일어나는 정보의 교환을 관찰한다. 3차원으로의 이미지 변환은 정보의 유실보다는 생성이 발견되었다. 평면 너머의 이미지가 눈앞에 튀어 나왔을 때 생기는 다른 축의 정보와 각도에 따라 보이지 않았던 색들이 발견된다. 이 정보들은 또다시 2차원의 드로잉으로 옮겨진다. 이는 시각적 감각보다는 정보전달의 목적성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방식으로 재현된다. 입체로 제작되기 전후에 이러한 드로잉이 그려지는데 두 종류의 드로잉 모두 역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드로잉이 제작되고 이 정보를 통해 결과물이 나오게 되는데 반대로 페인팅 혹은 입체의 제작과정을 회상하며 드로잉의 정보를 기입한다. 여기에 기입되는 정보들은 결과물을 만들 때에 필요했었던 정보들이며 결과물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정보들까지도 추가된다.

이 드로잉은 디지털이미지를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손으로 그려진다. 그려지는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정보의 유실이 자연스레 발생하기도 하고 디지털에서 발생하기 힘든 실수, 어긋남이 발견된다. 이 어긋남이 아날로그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작업의 중간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디지털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결과물은 늘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발현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반복은 우리의 일상과 그리 다르지 않으며, 빠르게 발견되고, 복제되고, 변형되는 이 시대를 반영한다. 모든 것이 왜곡되어있고, 잠시 일치할지라도 매 순간 비껴간다.

© 2017 Bo-kyung Kim  All rights reserved

  • 인스 타 그램 - 그레이 원
  • Facebook - Grey Circle
bottom of page